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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스케치] 홀랜드와 추신수, 적으로 만난 옛동료
입력 2018-03-04 08:15 
홀랜드는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스코츠데일) 김재호 특파원] "내 발을 맞힌 추신수 빼고는 다 반가웠다,"(데릭 홀랜드)
"내가 맞히고 싶어 맞혔나? 자기가 발을 댄거지."(추신수)

한때 한 팀으로 뛰었던 두 선수, 데릭 홀랜드와 추신수가 적으로 만났다. 둘은 날선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확인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외야수 추신수는 4일(한국시간)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흥미로웠던 것은, 세 타석에서 모두 옛 동료를 상대했다는 것이다. 첫 타석에서 신시내티 레즈 시절 함께했던 조니 쿠에토를 맞아 홈런을 때린 그는 한때 텍사스 선수였던 홀랜드를 상대로 3회와 4회 두 차례 승부를 벌여 안타 1개를 기록했다.
특히 3회 기록한 안타는 조금 특별했다. 강하게 때린 타구가 홀랜드의 오른발을 강타했기 때문. 홀랜드의 발을 맞은 타구가 1루 파울 구역으로 빠지면서 안타가 됐다.
홀랜드는 등판을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추신수에게 "아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는 등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내 발을 맞힌 추신수는 제외"라며 웃었다. 어디를 맞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오른발 발바닥을 가리켰다. "킥세이브를 했다"며 큰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
홀랜드의 문자를 받은 추신수는 "내가 겁이 났는지 투볼에 변화구를 던졌다. 별로 반갑지가 않다"고 말했다. "아프다고 문자가 왔는데, 내가 맞히고 싶어 맞힌 것이 아니다. 자기가 발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둘은 텍사스에서 함께하던 시절에는 누구보다 친한 사이였다. 홀랜드는 추신수에게 '한국프로야구를 구경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타구에 맞은 직후 문자를 주고받을 정도니 지금도 우정은 남아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는 '상대 팀 선수'다. 추신수는 "옛 동료를 만나도 기분은 똑같다. 밖에서는 인사하고 웃어도 경기 시작하면 상대 팀 선수다. 스프링캠프니까 조금 더 웃으면서 타석에서 인사를 주고받고 하지만, 경기중에는 상대 팀 선수"라며 옛 동료를 상대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에서 8시즌동안 62승 50패 평균자책점 4.35의 성적을 기록한 홀랜드는 지난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지만, 29경기(선발 26경기)에서 7승 14패 평균자책점 6.20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고 시즌 도중 방출됐다. 이번에는 자이언츠에 초청선수로 합류, 로스터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지난해 방출 이후에도 다른 팀과 계약에 대비, 쉬지않고 집근처 대학교 야구팀에서 공을 던지며 몸 상태를 유지했다고 밝힌 홀랜드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행복하다. 오늘은 다시 마운드에 나와 던질 수 있어서 좋은 날이었다. 감은 아주 좋다"며 등판을 소화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다른 팀에서 기회를 잡거나 집에 가거나 어떤 일이든 일어나겠지만, 일단 지금은 나가서 팀에게 내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경쟁하는 것만 생각하겠다. 사람들은 나를 뜬공 유도형 투수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더 많은 땅볼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패스트볼을 더 잘 사용하고 싱커의 움직임도 개선했다"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홀랜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선발과 불펜, 두 자리를 모두 놓고 경쟁하고 있지만 자리가 없을 경우 다른 팀에서 기회를 노릴 수도 있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에도 추신수와 다시 상대 팀 선수로 만날 수 있을까? greatnemo@maek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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