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포토] 2월 14일엔 이런 일이…밸런타인데이 그리고 안중근
입력 2018-02-14 08:31  | 수정 2018-02-21 09:05
[포토] 2월 14일엔 이런 일이…밸런타인데이 그리고 안중근


2월 14일은 이성 친구나 연인이 있다면 두근거리는 날, 밸런타인데이입니다. 이날 유래를 알아봤습니다.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멀리 3세기 로마 시대로 올라갑니다. 클라우디우스 2세 황제는 기혼 남성보다는 독신 남자들이 더욱 훌륭한 군인이 될 것이라는 기발한 생각에서 결혼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사제 발렌타인(발렌티누스)은 금지령을 어기고 혼인 예식을 집행하고 젊은이들의 사랑을 맺어줍니다. 서기 270년에 사제는 처형됐고, 가톨릭에서 그가 순교한 이 날을 축일로 정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는 1980년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됐습니다. 알다시피 일본의 제과회사들이 만든 '사랑 고백 쪽지'와 '초콜릿'을 연결하는 마케팅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해가 갈수록 이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치 세시풍속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젊은 연인들에겐 비슷한 시기의 '설날'이나, 우리 고유의 '연인의 날'로 삼을만한 칠월칠석보다 더 중요한 날이 됐습니다. 국내외 초콜릿 회사들이 매년 '혈투'를 벌일 정도로 시장은 커졌습니다.


미국에서만 밸런타인 시즌에 200억 달러 가까운 상거래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멕시코에서는 하트모양의 '붉은 것', 꽃이나 풍선을 교환하는 유행이 일찌감치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다양한 서양풍습이 들어온 베트남에서도 미혼남녀 사이에 풍선 등을 선물하는 일이 급증했습니다.



중국에서도 밸런타인데이 열풍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을 '칭런제(情人節)'라 부르며 꽃다발, 초콜릿 등을 선물하며 애정을 확인하거나 짝사랑을 고백하기도 하는데, 우리 돈으로 100만 원짜리 꽃다발도 등장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입니다.

다만 이슬람 문화권은 대부분 이 풍습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연인의 정을 속삭이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있습니다. 2월 14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사형선고를 받은 날입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은 바로 체포돼 뤼순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여섯 차례의 재판 끝에 이듬해인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언도받았습니다.

"네가 만약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 맘 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의 사형선고 소식을 듣고 보낸 편지입니다.


그 유래가 뭐든, 상술이 밴 국적불명의 날이든 밸런타인데이도 우리 시대의 한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무턱대고 배격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풍습과 유행도 시대를 반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이날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한 '열혈남아'와 깊은 관계가 있는 날임을 동시에 기억했으면 합니다.

여태 유해를 발견하지 못해 안 의사는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효창공원 내 삼의사(三義士) 묘 옆에 가묘(假墓)만 조성돼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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