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도신당 이름이 `미래당`이 되기까지
입력 2018-02-02 21:35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신당 이름이 '미래당'으로 2일 정해졌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의원들이 '바른국민'을 1일 회의에 이어 2일에도 밀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미래'라는 의미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이미지와 겹친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미래'는 안 대표의 19대 대선 키워드 중 하나였다. '대신할 수 없는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운동을 한 터라 자칫 미래당으로 결정하면 신당의 색채가 지나치게 안 대표 측으로 기울 수 있었다. 안 대표의 정책자문 그룹 이름도 '싱크탱크 미래'다.
양당 통합기구인 통합추진협의체는 1일에 모여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바른국민'과 '미래당'으로 후보를 좁힌채 결론을 2일로 미뤘었다.
논의 초반에는 당명을 놓고 양당의 입장이 크게 갈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후보군 중 '바른국민'이 없었다가 유 대표의 지시로 후보군에 넣었다고 한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미래당'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바른국민'이 낫다고 본것으로 전해졌다.

바른국민이 양당의 이름을 딴 만큼 통합신당이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1일 회의 끝무렵에 "바른국민을 선호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바른정당 의원들도 이를 수긍한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 입장에서도 중재파의 합류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당명을 정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 주승용 전 원내대표, 김동철 원내대표 등이 합류하는 2일 오전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1일 결정을 보류했다.
2일 오후에 열린 통추협에서도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양당 대표의 입장이 갈린 만큼 의원들도 대표의 입장을 따르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미래당은 너무 생소하다. 지난 총선 때도 국민의당을 사람들이 모르다가 '안철수당'이라고 하니 알아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신당이 익숙하지 않아 후보들이 고전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에 안 대표가 "국민의당도 탄생이후 처음에는 '어느 당이냐'고 했다가 한달쯤 되니 유권자들이 익숙해지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론이 나지 않자 좀 더 논의해 내주에 결정하자는 방안도 나왔다고 한다. 이 경우, 여론의 집중을 흩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유 대표가 좌중을 향해 "바른국민을 꼭 안해도 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사실상 바른정당 의원들을 설득한 셈이다. 유 대표가 안 대표에게 통 큰 양보를 한 셈이다.
이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해석되기도 한다. 앞으로 당 지도부 구성은 물론, 정강정책, 지역조직 등 새로 짜야할 것들이 많아서다. 유 대표가 양보한 만큼 안 대표 입장에서도 유 대표를 배려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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