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발적으로' 예수 대신 시진핑 사진 거는 주민들…그 속내는?
입력 2017-11-14 18:33  | 수정 2017-11-21 19:05

장시성 위간현 빈곤퇴치 사업중에 종교 대신 공산당 믿음 강요

중국의 가난한 마을에서 정부 지원을 원하는 가정에 예수 대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사진을 걸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습니다.

SCMP에 따르면 주민의 10% 가량이 기독교도인 중국 장시(江西)성 위간(余干)현에서는, 현지 정부가 빈곤 퇴치 사업을 하면서 종교 대신 당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100만 명의 전체 인구 중 11%가 빈곤 인구로 분류되는 위간현 정부는 빈곤 지원금을 받길 원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거실 등에 걸린 예수상이나 십자가 등을 떼어 내고, 시 주석의 사진을 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글에 따르면 위간현의 황진부(黃金埠) 마을에서는 6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경과 성화들을 치우고, 이를 시 주석의 사진 453장으로 대체했습니다.


해당 글은 온라인에서 사라졌지만, SCMP는 마을 주민과 지방 공무원을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황부진 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인 치옌은 "많은 빈곤 가정은 가족의 병 때문에 가난에 빠져들었지만, 일부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예수를 믿고 있다"면서 "병이 든 것은 물리적인 것이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것은 당과 시진핑 총서기라는 점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진부는 전체의 3분의 1가량인 5천∼6천 가구가 기독교 가정으로, 황진부 정부는 1천 장 이상의 시 주석 사진을 배부해 각 가정에 걸도록 했습니다.

위간현의 다른 마을에 사는 류 씨는 "최근 몇 달 사이 주민들이 종교 관련 물품을 치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빈곤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서 기독교는 문화대혁명이 끝난 후 40여 년 동안 농촌과 도시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9천만 명인 공산당원보다 기독교도가 많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집권 후 공산당의 영도가 강조되면서 종교에 대한 억압 정책이 강화되고 있으며, 장시성과 저장(浙江)성 등에서는 십자가와 성화 등을 가정과 교회에서 없앨 것을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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