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금니 아빠' 기부금으로 호화생활 논란…어느 정도길래?
입력 2017-10-12 16:11  | 수정 2017-10-19 17:05
'어금니 아빠' 기부금으로 호화생활 논란…어느 정도길래?



딸 친구 살해 혐의를 시인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금단체들은 기부금 모금액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씨는 자신과 딸이 희귀병인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지만, 수술을 받을 돈이 없다고 호소해 많은 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모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씨는 10여년 전부터 방송 등을 통해 '어금니아빠'로 알려진 이후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로부터 많은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직업이 없는데도 고급 외제차를 끌고 다니는 등 호화 생활을 해온 것이 드러나 기부금 유용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이씨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중랑구에서 월 160만∼170만원을 지원받지만, 수급액만 가지고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1천만원 이상 기부를 받으면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하지만 최근 5년간 이씨는 기부금 모금을 신고한 적은 없다고 서울시는 밝혔습니다.

다만 시는 이씨의 금융정보를 조회할 권한이 없어 실제로 이씨가 기부금품법을 위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금단체들은 이영학씨의 사례가 기부문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기부자들이 '내가 낸 기부금이 과연 제대로 쓰일까'를 의심하고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이라고 우려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두 달 전 한 모금단체가 100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액을 외제차 구입이나 요트 파티비용으로 쓰는 등 대부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기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설상가상(雪上加霜)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희정 '한국NPO(비영리단체)공동회의' 사무처장은 "모금단체의 기부금 유용 사건 이후 신규 기부자가 절반으로 줄어서 타격이 있었다"며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불신을 갖게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금니아빠' 사건 이후 기부자들의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중한 기부 행위에 대해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잇달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구호기구 굿네이버스 관계자도 '어금니아빠' 사건 등 때문에 기부 문화가 위축되는 게 아니냐 하는 걱정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김 사무처장은 "어금니아빠처럼 개인의 모금활동이 언론에까지 보도가 됐다면 행정안전부나 지자체가 이를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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