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장난감 삼킨 두살배기 치료 대신 큰 병원 이송, 진료 거부인가
입력 2017-07-18 07:58  | 수정 2017-07-25 08:05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삼킨 두살배기가 치료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이 아이를 "치료가 어렵다"며 다른 큰 병원으로 이송토록 한 병원의 행위가 진료 거부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인천시 서구보건소는 18일 장난감을 삼킨 A(2)양을 가장 먼저 이송하려 했던 B 병원의 진료 거부 여부를 확인하고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습니다.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30분께 어린이집 측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는 "지금 15개월 된 아기의 목에 이물질이 걸려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B 병원에 알렸습니다.

B 병원 측은 응급실에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 판단에 따라 "우리 병원에서는 치료가 어려우니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C 병원으로 가는 게 낫다"고 답변했습니다. A양은 같은 날 오전 11시 25분께 C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8일 만에 숨졌습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환자를 보지 않고 전화상으로 다른 병원에 안내한 것도 진료 거부로 볼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며 "일단 복지부가 내리는 최종 판단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을 경우, 즉시 응급의료를 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건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해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입니다. 이때는 지체 없이 환자를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B 병원은 '15개월 된 소아 환자에게 맞는 의료 기구와 전문 인력이 없어서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C 병원으로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19 구급대가 얼마나 정확하게 환자 상태를 전달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환자 상태를 전화상으로만 들었을 때 그에 맞는 응급 처치를 못 한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병원으로 안내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당시 B 병원이 A양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진료 거부라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B 병원 측은 119 구급대가 간단하게 설명한 A양의 상태만을 듣고 치료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 A양의 상태를 파악한 정황은 없었습니다.

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B 병원이 환자를 직접 보고 전원(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조치)한 것이 아니라면 좀 더 면밀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며 "특히 기도 폐쇄는 권역 응급의료센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진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구보건소는 사실관계가 담긴 공문을 인천시와 보건복지부에 보낸 상태다. 복지부는 이를 토대로 B 병원의 행위가 진료 거부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진료 거부 판단이 나오게 되면 해당 병원에 대한 형사 고발 조치까지도 이뤄질 수 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B 병원이 정당한 사유로 응급 치료를 거부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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