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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그때는](98) 심재학 “재현아, 어떤 방방이 쓸까?”
입력 2013-10-29 06:04  | 수정 2013-10-29 09:10
1995년, 더위가 시작된 6월의 대구구장이다. LG 트윈스 심재학(넥센 히어로즈 코치)이 삼성과의 일전을 앞두고 배트 두 자루를 들고는 옆에 있던 김재현(SBS ESPN 해설위원)에게 재현아, 오늘 어떤 방망이를 쓸까?” 라며 경기에 사용할 배트를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던 김재현은 심재학의 요청대로 배트를 골라줄 것처럼 한참을 진지하게 배트를 이리저리 살펴봤다. 주위 동료들이나 취재진들도 김재현의 선택을 예의주시했으나 김재현의 입에서 나온 퉁명스런 한 마디는 형, 그냥 아무거나 쓰세요”였다. 당시의 상황을 글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김재현의 한 마디에 주변은 박장대소를 했다.

프로생활 첫 해를 맞고 있던 심재학은 당시 맹타를 휘두르며 승승장구하던 후배 김재현에게 조언을 구했던 것인데 김재현의 장난에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머쓱해진 심재학은 결국 스스로 두 자루의 배트 중 나뭇결무늬가 선명한 한 자루를 선택하고는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

1995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심재학은 당시 어깨가 강해 우익수를 주로 맡았다. 그의 강한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빨랫줄 송구‘는 당시 모든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력하고 정확해 상대팀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런 탁월한 수비능력으로 1998년 야구대표팀에 발탁된 심재학은 그해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금메달 획득을 견인했다
1999년 심재학은 최대의 변신을 꾀했다. 타자가 아닌 투수로 깜짝변신을 했지만 3승 3패의 기록만 남긴 채 LG에서의 마지막 해를 보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에서 다시 타자로 전향한 심재학은 두산과 KIA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중 2008년 현역에서 은퇴한 후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부름을 받아 넥센에서 지도자생활을 시작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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