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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리빌딩의 험난한 여정과 딜레마
입력 2013-06-28 07:37  | 수정 2013-06-28 08:25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리빌딩 과정이 쉽지 않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요즘 리빌딩이라는 방향에 고심하고 있다. 그간 세대교체의 실패를 인정, 순위권 경쟁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선수단을 물갈이하겠다는 방침.
하지만 엷은 선수층에 따른 자원 부족 등 리빌딩의 주인공이 돼야 할 유망주가 눈에 띄지 않아 이 또한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Rebuilding(리빌딩)이란 말 그대로 건물을 새로 지어나가는 과정이다. 몇년간 지속된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문제가 산재되어 있지 않다면 시작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다. 뼈대부터 새로 잡아나가야 하지만 일단 재료가 마땅치 않다. 특히 유망주 자원의 투타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험난한 리빌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한화의 퓨처스 팀은 현재 북부리그 5위에 머물러 있다. 승률로 따지면 북부와 남부리그 통합 최하위다. 투타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는 특급 유망주가 없다는 것이 최대 고민이다. 일단 마운드 쪽에는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선수들이 있다.
최근 나란히 1군으로 등록된 5년차 우완투수 황재규와 신인 우완투수 조지훈, 2년차 사이드암 임기영 3명의 투수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황재규는 퓨처스리그 15경기에서 2승 1패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1.19의 성적을 기록했다. 황재규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번 전체 43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고 입단 첫해 49경기서 3패 2홀드 평균자책점 4.63의 성적을 냈다. 신인으로서 72이닝을 소화하며 만만치 않은 가능성을 선보였고,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팀에 합류했다. 올해 1군서도 5년만의 첫 승을 기록하는 등 7경기서 평균자책점 2.35의 성적을 냈다. 향후 중간과 선발에서 활약이 가능한 재목이다.
신인 조지훈은 2승4패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으로 리그 평균자책점 부문 5위에 오르는 등 사실상 한화의 퓨처스 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다. 21일 두산전에서 생애 첫 1군 무대 등판을 치렀고, 23일 두산전에서는 만루 위기를 벗어나는 등,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투구로 향후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시즌 초 1군에서 활약했던 임기영도 8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62의 성적을 내며 호투를 펼쳤다. 특히 최근 2경기서는 선발로 나서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기도 했다. 임기영은 한화 코칭스태프들이 올 시즌 기대한 1순위 유망주.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은 임기영을 후반기 정도 붙박이 선발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1군 콜업을 좀 더 앞당겼다. 앞서 1군에서는 17경기에 나서 1승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성적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지만 배짱 넘치는 투구와 사이드암으로서 좋은 볼끝의 움직임과 체인지업이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비록 표본은 적지만 1군서도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어 향후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투수들이다. 어깨부상으로 재활중인 우완투수 안승민과 좌완투수 유창식까지 복귀하면 이들 5명이 향후 한화 마운드 재편의 주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해 빠른 공을 던지는 사이드암 정대훈(28)과 최근 1군 무대를 잠깐 경험했다 내려간 우완 명재철(23), 좌완 김경태(23)가 향후 1군에서 얼굴을 보일만한 후보들이다.
마운드의 반등에 새로운 피들의 활약이 기대된다면 타선쪽은 확연하게 눈에 띄는 선수들이 없다. 퓨처스리그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낸 포수 이준수, 박노민, 정범모 포수 3인방은 향후 한화의 안방마님을 책임질만한 후보들. 하지만 이들 셋은 뚜렷한 장점만큼 확실한 약점을 보여주며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방향을 돌려 포수 외의 야수 자원 중에는 두드러지는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내야수 중에는 최근까지 1군에서 활약했던 임익준 외에는 임경훈, 하주석 등이 돋보인다. 외야수쪽에는 전현태, 노수광, 임신호가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선수들은 타율 3할을 넘기고 있는 임익준과 전현태 2명. 임익준은 문제로 지적된 득점권 타율과 집중력 문제가 개선된다면 향후 1군으로 복귀할 1순위 승격 후보. 전현태는 타율 3할2리 1홈런 15타점 19득점 8도루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1군 경험도 많기에 언제든 외야자원을 메울 만한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 중 퓨처스리그서도 그다지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선수가 없다. 퓨처스리그에서 정확도나 수비, 스피드, 파워 등의 각각의 툴에서 장점을 드러내지 못하면 사실상 1군 선수들과의 경쟁서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퓨처스리그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타 팀의 선수들이 1군 기회를 쉽게 잡지 못하는 것도 이런 냉정한 평가가 바탕이 된 것이다.
여기서 딜레마는 깊어진다. 한화의 야수진은 사실상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인 김태균, 최진행, 김태완, 정현석과 20대 중반인 오선진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 이들을 리빌딩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재 능력과 가능성 측면에서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30대를 훌쩍 넘긴 노장선수들이 맡고 있는 남은 내외야의 포지션에서의 선수들의 기여도도 적지 않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이들의 자리를 대체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 미래의 가능성도 특별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없기에 더욱 선택이 어렵다.
한화는 현재 8위 NC 다이노스에 5.5경기 차 뒤진 9위에 머물러 있다. 현재 18승 43패 1무의 성적으로 4위 롯데 자이언츠에는 16.5경기 뒤쳐져 있어 사실상 포스트시즌 경쟁이 물 건너간 상태. 당연히 팀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무조건적인 리빌딩도 쉽지 않다. 리빌딩 역시 대체할 선수가 현재 선수보다 지금은 떨어지더라도 미래는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판단속에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속의 인내가 리빌딩의 기본 조건.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 리빌딩은 고문이다. 무조건적인 리빌딩의 고통은 기약없이 길어질 수 있다. 한화가 모든 재건축팀의 숙명인 리빌딩마저 녹록치 않은 현실에 직면했다.
[on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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